"난(蘭)을 그리기가 가장 어렵다.ㆍㆍㆍㆍㆍ난초 그림의 뛰어난 화품(畵品)이란 형사(形似)에 있는 것도 아니고 지름길이 있는것도 아니다. 많이 그린 후라야 가능하다.ㆍㆍㆍㆍㆍ"
라고 역설했듯이, 난은 우향이 그토록 오랜 세월 즐겨 그렸던 소재였기 때문에 그정도의 성과를 거뒀을 것이다.
踈影樓에서 一史記
峭壁蘭
109.5 x 54cm, 옥판선지에 수묵
높은 절벽 푸른하늘에 핀 난화
절벽 아래 나무꾼이 캐려고 손 뻗어도 얻을 수는 없네
- 板橋先生 詩 -
淸芬
53 x 75cm, 옥판선지에 수묵
바람 맑고 향기는 아스라한데
고운 햇살에 그림자 들쭉날쭉 하누나
墨蘭
35 x 42cm, 옥판선지에 수묵
露根蘭
35 x 53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청상노인의 법을 모방하다
石蘭
137 x 49cm, 옥판선지에 수묵
난초는 사람의 아무런 돌봄도 없는 빈 골자기에서 돋아나
제멋대로의 가시덤불로 행로를 막네.
그윽한 향기 비바람에 초췌하여도
아름다운 마음은 홀로 산귀신과 속삭이는구나.
空谷幽蘭
70 x 123cm, 옥판선지에 수묵
자경녹엽은 인적없는 빈 골자기에서 돋아나
능히 풍상을 견디어 추운 절기를 지낸다
墨蘭
53 x 66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墨蘭
48 x 35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맑고 아름다움은 티끌을 없앤다네
우향은 격물치지(格物致知) 하는 자세로 자신의 일상적 삶속에서 자신과 함께하는 동식물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그것의 생태적 속성을 예술적으로 담박하고 우아하게 승화시킨다. 주목할 것은 난 이외 고양이를 소재로 한 작업이다. 우향 작업실의 정황을 그린, 그림속의 그림에 해당하는 [우향화실즉경(雨香畵室即景)]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작가는 고양이와 살면서 고양이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유심히 살펴보고 수없이 많은 스케치를 통해 그 고양이를 자신화한다.
우향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물화(物化)적 경지에서 난과 고양이를 통해, 가슴으로 느끼고 눈으로 본 현재적 감수성과 흉중(胸中)의 일기(逸氣)를 표현하고자 한다. 그것은 사심독조를 추구하는 존아의 자득미학으로 귀결되었다.
- 성균관대 교수 조민환 -
쥐 노리는 고양이
49 x 77cm, 옥판선지에 수묵
날카로운 기세로 높은 곳에 웅크리고 앉아 대들보에서 뛰노는 쥐를 내려다보니 감히 쥐란 놈이 깝짝대며 없신여기네 날램을 감추려니 오히려 고통스럽구나.
午垂
38 x 52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表裏不同
62 x 91cm, 옥판선지에 수묵
마음과 말이 다르면 그 말이 진실되지 못하네
대숲의 고양이
70 x 100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왜ㆍㆍㆍ?
28 x 28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墨梅
50.5 x 64cm, 옥판선지에 수묵
가지에 눈을 흩고 오로지 봄빛만 차지하니
산호를 깎아낸 것이 송이송이 새롭구나
閑日蓮池
114 x 66cm, 옥판선지에 수묵
水仙 Ⅱ
61 x 68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맑은 향기 홀연 눈 가운데 전해지는 양
寂寞
55.5 x 58cm, 옥판선지에 수묵
淸香 Ⅱ
70 x 139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새벽바람 맞으러 홀로 나와보니
물고기 뛰지도 않건만 물품 갈라지네
말렸던 연잎에 살랑바람 스쳤음인가
향기로운 이슬 한 잔 쏟아놓네
水仙 Ⅰ
45 x 56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수선이 진흙에 뿌리를 내렸다
진달래 Ⅰ
48 x 70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淸香 Ⅰ
38 x 45.5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곧고 곧은 외로운 그림자 맑은 연못에 비추이네
葡萄
34 x 45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포도가 가벼운 서리를 띄었네
文房圚
33 x 49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絲瓜 Ⅰ(수세미외)
58 x 69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얼음처럼 차고 푸은옥과 같구나
絲瓜 Ⅱ(수세미외)
56 x 70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수세미 그림
秋情
65 x 56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먹을 것 넉넉하고 좋은 벗도 있네
아가위 나무
70 x 44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雪中殘枾
55 x 70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평일의 이 심정 뭐라 말하리 경물은 날로 쓸쓸하여라 신발 끌며 홀로 서성이니 그윽한 회포 더욱 더 적막하구나
예술가의 마음과 붓도 무엇인가에 흔들리게 되면 다양하게 그 마음을 표현해야 한다. '운다'는 것은 바로 자신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주체적으로 진솔하게 담아낸다는 것이다.
거센 비바람이 난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 비바람이 우향의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 성균관대 교수 조민환 -
雨香
28 x 28cm, 옥판선지에 수묵담채
여묵상우
82 x 65cm
雨日
36 x 143cm
봄소리
81 x 65cm
현재 한국 문인화단의 작품 경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스승의 작품 세계와 기법을 모방하면서 법도에 충실한 경향이다. 다른 하나는 자연을 본받고 법도와 형사를 무시하면서 초초(草草)하고 대담한 붓놀림을 통해 자신의 예술세계를 진솔하고 거침없이 드러내는 경향이다.
첫 번째 경향은, 일종의 의양지미(依樣之味)를 추구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 두 번째 경향은 일종의 자득지미(自得之味)를 추구하는 정신이 담겨 있다.
문제점은 의양의 경지를 제대로 체득하지 못한 상태에서 방일(放逸)하게 자득지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작품 행태다. 즉, 존아(拵我)의식이 결여된 채 문인화에서 추구하는 일기(逸氣)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거침과 추함만이 있는 경우다.
우향은 앞서 거론한 두 가지 경향이 갖고 있는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의양지미와 자득지미의 참맛도 제대로 알고있다. 즉 형사적 차원의 극공과 극공 이후에 신사적 차원의 사의를 누구보다도 제대로 실철할 수 있는 작가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우향은 '존아의 자득미학'을 추구한다.
우향이 붓을 잡은지 40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작품 제작에 깃들인 오랜 공력과 그 동안의 화력(畵歷)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고, 홀로서기를 통한 진정한 자득의 경지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전시회다. 대부분 작가가 존아 의식이 뚜렷하지 않고 제대로 울지 않는, 아니 울려고 하지 않는 한국문인화단에 하나의 화두를 던진, 아울러 이 시대에 맞는 신문인화(新文人畵)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 전시회 이기도 하다.